좋은책, 좋은영화 등 좋은컨텐츠가 되는 것들은 그 컨텐츠 자체의 고증이나 논리, 사회적 영향력, 예측 등 중요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저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고의 확장' 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하지 못했던 혹은 할수 없었던 생각을 컨텐츠로 하여금 해볼 수 있는것, 그리고 그 경험이 나의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컨텐츠가 있을까요? 저에게는 여러 인생컨텐츠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원종우 작가의 '태양계 연대기' 입니다. 지금 리뷰할 책은 '태양계 연대기'는 아니고 (조만간 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유럽편' 입니다. 원종우 작가는 과학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운영하기도 하고 인문,과학 등에 대해 많은 관심과 지식을 소유하신 분입니다.사실 여행하면 유럽여행이 상징적이잖아요. 그럼에도 우리는 유럽에 대해 많은것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여행지로서의 유럽이 아닌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미친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유럽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유럽여행 가기전에 읽고 가도 참 좋은 생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책은 다분히 유럽에 대해 우호적이고 애정어린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저의 생각이지만 작가도 386 진보진영에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386세대들은 미국제국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있고 그 대안세력으로 유럽 사회시스템에 대한 굉장한 동경같은 것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대표적으로 유시민 작가가 그렇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너무 미국적인 사고방식과 미국적인 시스템에 너무나 익숙하게 자라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이라는 한시대를 주름잡았던(과거형) 세력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리뷰합니다.

1. 유럽은 현대문명의 발상지.
지금 우리가 먹고 입고 마시는 것들에서부터 사회 정치 종교 체제와 과학기술에 이르는 대부분은 유럽에서 비롯되었다.
공화국과 민주주의의 개념, 만민평등 및 인본주의 사상, 입헌군주제, 의회, 권력부립, 보통선거, 사회보장제도 등 민주주의 사회의 뼈대와 줄기, 가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것이 유럽에서 발상되고 최초로 시행된 것들이다. 또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동력의 대부분, 증기기관, 내연기관, 제트엔진, 로켓엔진 등이 모두 유럽에서 발명되었다. 2차 동력으로서의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기의 원리를 찾아낸것도 유럽이다. 지금의 최첨단 원자력 발전소조차도 터빈을 돌리는 동력을 원자력에 의존할 뿐 그 기본 원리는 마이클 패러데이의 고전적인 전자기 유도법칙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카이사르, 뉴턴, 마르크스, 셰익스피어, 데카르트, 칸트, 헤겔, 모차르트, 비틀즈, 핑크 플로이드 와 같이 고대와 중세 현대를 막론해 국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유럽인이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미국의 영향도 막대하지만 그런 미국의 역할은 유럽에서 이미 만들어진 것들을 수정발전 시킨것이 많다. 예를들어 콜라는 미국에서 만들어졌지만 탄산이 든 음료의 기원은 유럽의 맥주고, 햄버거는 미국의 상징이지만 빵 사이에 고기를 넣어 먹는 샌드위치는 유럽의 발명품이며, 인간을 달에 보낸것은 미국이지만 로켓 기술의 핵심은 독일의 폰 브라운에게서 비롯된 것이고 원자폭탄의 개발도 아인슈타인 등 유대계 이민 1세대 과학자드르이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심지어 미국이 전적인 영예를 차지해야할 것 같은 라이트형제의 비행기조차도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양산을 담당한 것은 프랑스회사였다. 이처럼 전세계가 현재의 유럽에게 지고 있는
빚은 엄청나고, 따라서 원조의 역할을 자임할 명분과 권리를 가진 문명은 아마도 지구상에 유럽이 유일할지도 모른다.
2. 유럽의 많은 내외의 경험을 가진 오래된 문명
오래되었다는 것은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데 장애요인이 될 수 도 있지만 혁신으로 재무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강대한 힘과 거대한 국토 등 장점이 여러가지임에도 미국이 진정한 국제사회의 리더로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문명이 가진 상대적 유치함 때문이다. 미국 텔레비전의 역사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으면 이들의 역사의 규모는 미국 건국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있다. 불과 200여 년 남짓한 짧은 역사로는 세계와 인류를 포괄할 내공을 얻기에는 역부족이고, 쾌활하고 밝은 그들의 이면에는 힘만세고 놀기좋아하는, 웃자란 어리인 같은 행태가 드러나곤 한다.
유럽은 수천 년 전부터 투쟁의 역사 속에서 피의 교훈을 배웠고, 미국에서 팽배하는 영웅주의의 허상이나 자본주의적인 환상을 극복할 경륜을 쌓아왔다. 경험과 경륜에서 오는 지혜가 부족하면 조금만 친근하게 행동해도 친구로 여기고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면 적으로 대하고 응징하려 든다. 이 과정에서 당황해 과잉 대응하게 되고 나의 잘못은 보지못하고 남의 단점은 거대한 악으로 느껴진다. 이런 사람이 설익은 힘을 마구 휘두르는 경우 주변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참 난감한 일이다.
3. 유럽은 포용력이 있는 문명
유럽통합은 동일 문명권에 속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한데 모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그 결과 과거 유럽공동체 시절 열 개 나라에 불과하던 회원수는 2012년 현재 스물입곱 개로 늘어났다. 통합 유럽은 경제력에서 열세에 있는 폴란드나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을 포괄하고 있으며 엄밀한 의미에서 유럽이라 말하기는 힘든 터키조차도 미래의 회원국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런 경제적 정치적 통합의 과정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기존의 유럽선진국기 갖는 부담은 엄청나다. 그럼에도 이것이 추진되는 이유는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전략과 함께 오랜 역사를 통해 배운 거시적인 포용력 때문이다. 이익이 되는 것만을 끌어아는 것은 포용이 아니다. 당장은 부담과 손해가 되는 것 같더라도 이를 보듬어 안아 먼 미래의 공동의 이익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진정한 포용이다.
4. 유럽은 이상과 현실이 차분하게 공존하는 문명
현대 문명이 추구하는 대부분의 이상이 사실상 유럽에서 비롯된 만큼 그 한계와 좌절 또한 유럽은 일찍 그리고 밀도 깊게 경험해 왔다. 프랑스혁명 부터 무솔리니에 이르기까지 유럽인은 비뚤어진 이상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시키는지를 몸으로 부딪히며 익혀왔다. 제 아무리 옳은 생각이라 하더라도 실현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면 피를 부르게 되며, 순수함에 바탕을 둔 생각이라 하더라도 공평무사의 보편성이 결여되면 편견과 증오로 둔갑하고 만다. 근대 전체에 걸쳐 이 모든것을 극단적인 형태로 실험해온 유럽은 이제 그 둘 사이에서 중용을 찾을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
1. 유럽의 사상적 토대를 제공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현대를 지배하고 있는 두 사상의 발상지.
그만큼 학문에 대한 이론적이고 사상적으로 접근하려고하는 풍토.
2. 오랜전통과 경험을 가진 유럽제국은 새로 통합하여 신흥 리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 중심의 흐르는 사상적 문화적 배경은 영국이다.
<유럽식 리더십은 어떤모습일까?>
1. 패권국가인 미국을 견제하여 보다 균형있는 국제사회 구현
2. 유럽식 정치 시스템
미국식 대통령제와 우익적인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개발도상국은 향후 유럽의 체제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유럽에서는 좌파와 우파가 번갈아 집권하는 경향이 짙고 사회주의에 대한 적대감은 아예없거나 미국에 비해 월등하게 낮다. 이는 매카시즘으로 상징되는 촌스러운 이데올로기에 감연된 한국 등 후발국가들로 하여금 그 망령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3. 문화의 재정립
풍성한 유럽의 문화는 최근 미국식 엔터테인먼트에 크게 잠식되어 왔으며 상태는 자못 심각하다. 그럼에도 유럽과 미국 문화사이에는 움베르토 에코와 댄 브라운으로 대변되는 깊이의 차이가 있다. 이 두 사람을 예로 든 것은 푸코의 진자와 다빈치코드가 은비주의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맥락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빈치코드는 무척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시드니 셀던에서 출발하여 존 그리샴 등으로 이어지는 현대 미국 상업소설의 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또 이 소설은 미국인에 의한 유럽 문화의 각색 및 상업화라는 측면에서 앞서 열거한 샌드위차 햄버거 폰브라운 달로켓의 연장선에 있다. 지금처럼 미국이 리드하는 상업화의 방향을 더 창조적인 형태로 바꿀 유럽의 문화 잠재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미국 상업자본에 대응할 경쟁력이 필요한데, 통합유럽은 이런장을 제공해줄 가능성이 크다.
4. 종교대립의 완화
종교적으로 유연한 편인 유럽은 포용력이라는 측면에서 국제 종교적인 대립을 중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여러분, 유럽여행을 계획할때 꼭 이 책을 읽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유럽여행은 당분간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럴때 집에서 유럽역사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책에 나오는 원종우 작가의 글이 인상깊어서 공유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 원종우 작가의글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유럽편'>
지금세계는 경제 성장은 눈부심에도 이상과 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표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와 민족을 지상가치로 여기는 파시즘 전체주의는 광기와 증오의 오류로 얼룩졌고 소비에트식 사회주의도 현실에서 좌절되었으며, 많은 부작용에도 그나마 사람들을 지탱해주던 종교도 이제는 거의 수명이 끝나가는 시점으로 보인다. 우리가 믿고 추구했던 많은 가치가 지난 세기 동안 힘없이 무너졌고, 남은 것은 회의와 냉소 속에서 당장 내 주머니라도 챙기자는 무한 욕망의 천민자본주의로 귀결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포기하는 문명은 미래가 없다. 그 길이 멀고 험난하다 하더라도 인간은 지향점을 필요로 하며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단지 털없는 원숭이에 불과하다. 그냥 그런모습으로 살아도 되지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우리인간은 운명적으로 왜 라는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물질적인 욕망 추구에 빠지거나 가치를 세워갈 정신적인 힘이 결여된 사회는 아무리 그럴듯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종국에는 허무와 부패가 자라나 스스로 무너져 내리게 되는데, 그것은 게으름에 젖어 타락해버린 자신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런 내면의 자괴감이 주는 허망함과 상처를 마냥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무감각한 존재는 아니다. 그런만큼 지금처럼 인류 문명 전체가 향락을 향해 치달아가는 모습은 현실적으로도 위험하다. 과연 유럽이 현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극복할 새로운 가치를 세워갈 수 있을까.
한줄 평: 굉장히 익숙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 무지한 유럽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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